제목 죽이고 싶은 마음 등록일 2015.02.17 15:00
글쓴이 강OO 조회 1296

 

3년 전에 받았던 심리치료의 실패 이후,

솔직히 난 심상치료에 대한 기대도 확신도 없이 시작했다

실은 앞으로도 어찌될지 모른다.

기대도 없었으니, 실망할 일도 없겠지.

그저 나의 심리적 고통이 응급실에 실려갈 수준이 되자, 본능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마음 속 한 목소리를 붙잡고 다음날 바로 심상치료에 들어갔다.

 

한달 전, 난 어처구니 없는 이별을 당했다. 불혹이 넘은 나이에 불같이 겪었던

사랑이라고 굳게 믿었던 것들이 시장바닥에 나뒹구는 싸구려 물건처럼

내 자신은 그렇게 버려졌다.

다시는 만날 이유가 없다는 이성적 명령에도 내 마음과 몸은 그 사람을 애타게 그리워 하고 있었다.

 

헤어진 후, 한달 내내 그래도... 하며 마음 한 켠에는 등불을 켜두었다.

바로 어제 그 가느다란 불빛이 완전히 꺼지자,

난 어둠 속에 덩그러니 놓인 존재감을 버려둔 생명체처럼 숨만 쉬고 있었다.

마치 처음 사랑을 느꼈던 그 날처럼, 밥을 먹지 않아도 아무런 식욕도 느끼지 못했다.

음식을 입에 대면, 짠 소금기만 혀에 와 닿았다. 그것마저 토하고 싶다.

 

심상치료에 들어간 순간, 눈을 감자마자 내 안에선 울음이 터져나왔다.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 커다란 생명체가 아무도 돌보지 않는 고아처럼, 커더란 벙거지만 뒤집어 쓰고 쓰러져 있다.

주위엔 사람이 없다가도 생기는데, 모두들 나를 보지 않는다

나만 그들을 볼 수 있었는데, 누가 누구인지 얼굴을 분간할 수 없다

그가 건널목 저 편에서 걸어왔다

내가 처음 느낀 감정은 살의였다죽이고 싶었다.

치료에서 깨어나고야 내 스스로에게도 놀랐다

복수하고 싶은 마음, 미워하고 싶은 마음은 있어도 이렇게 진저리치도록 죽이고 싶은 마음이 내 안에 깊게 있었단 사실은 스스로에게도 놀라운 일이었다.

 

치료에서 나는 그 사람을 죽일 수 있었다

많은 기회가 내게 왔는데, 순간, 이 사람을 죽이기 위해 내가 세상에 태어난 것은 아닌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그냥 보낼 수 없었다. 가장 은밀하고 고통스럽게

죽일 수 있는 생각을 끊임없이 한다. 난 아주 깊숙히 잔인해진다. 세상 누구도 알지 못하는 나의 잔인함과 만난다.

 

시들어가는 꽃을 안고 있기가 두려워 하늘에 날려보내고

하늘을 날면서 인간 세상을 바라다 본다.

아주 가까이에서 그의 머리 위에 바위을 안고 언제 떨어뜨릴지를 생각한다.

심상치료에서 난, 아주 깊숙히 나를 떠난 그를 죽이는 생각을 끊임없이 했다.

 

치료에서 일어난 후, 가슴이 시렸다.

그렇게 시린 가슴, 훵한 가슴을 한달 내내 안고 살았는데,

한 바탕의 울음이 심장의 박동을 통해, 그대로 느낀다.

치료 내내 시각만이 아닌, 손과 발이 저려오는 공감각, 계획하지 않았던 필름은 나도 모르게 돌아간다.

내가 모르던, 그런데 내가 말하고 느끼는 세상으로 들어간다.

근데, 대체 그 속으로 난 어떻게 들어간걸까?

 

치료비를 내는데, 내 속으로 들어가는 비싼 차비를 내는 것 같았다. 일등석이었구나...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