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처음, 자유를 느끼다. 등록일 2015.02.17 14:47
글쓴이 박OO 조회 901

 

이제야 깨닫는다.

박상륭의 '죽음의 한 연구'에서 나온 갯벌이 우리들의 무의식이라는 것을.

평생 헤어나올 수 없는 늪에서 살아왔다.

어떻게 해야 빠져나오는지 전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세월이었다.

늘 내 발목을 늪에 빠뜨린 채 어둡고 축축한 꿈에 시달려왔다.

어느 때는 목까지 잠길 때도 있었다.

그 때는 죽음과 삶의 경계가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마지막 문이 열려 있는 그 상태에서 위태롭게 문고리를 잡아왔다.

내 손의 힘은 점점 빠져나가고.

 

그 때 심상을 만났다.

오늘 심상치료를 통해 평생 빠져나올 수 없었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내 안에 모든 기쁨을 앗아가는 블랙홀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평생의 늪이었고

지옥이었고

블랙홀이었던

그래서 결국 나의 삶의 의미와 활력과 생명을 흡수해왔던

그 정체를 밝혀내었다.

 

심상치료를 통해

최범식 박사님의 인도를 통해

난 처음으로 자유를 느꼈다.

처음으로 깊고 편안한 숨을 길게 내쉰다. 

심상이 아니었다면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인간의 근본적인 괴로움의 정체를 밝혀내고 그것에서 자유하게 하는 것이 심상이라면 내 생을 다해 배울 가치가 있다.

내가 오늘 자유를 얻은 것처럼 다른 이들에게 자유를 줄 수 있다면 더 이상 여한이 없을 것이다.

  

솔직이 난 심리치료에 대해 별로 신뢰를 두지 않았었다.

심리상담, 심리치료라는 것이 뭔가 내 안의 근본적인 것을 조금도 건드리지도 못한 채 그저 수박겉핥기 식으로 한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기회로 심상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 심상치료가 일반적인 심리치료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안의 어떤 것이 건드려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눈을 감고 상담자가 인도하는 대로 내 안의 세계를 탐험하는 것이 내 안에 숨겨진 나를 만나는 것과 같았다.

이 세상 어떤 영화를 본다 해도 나를 만나는 것만큼 흥미진진할 수도 없고 그것만큼 중요한 일도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결국 내가 하는 모든 일은 내가 나를 만나고 나와 화해하기 위한 제스처이기 때문이다.

내가 나를 이해하고 나를 알게 된다면 또 나를 인정하고 사랑하게 된다면 나의 문제의 대부분은 사라지리라고 보기 때문이다.

내가 불편하게 느끼는 나의 문제점들 대부분이 나의 마음의 병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나는 솔직히 사는 것에 떳떳하지 않았다.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사는 것이 맞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난 나의 삶을 조금씩 유기했다.

아니 많이 유기했다.

게을렀고, 생각하기 싫었고, 순간 순간 살고 싶지 않았다.

모든 것을 잊고 싶었다.

매일 저녁 노을이 절망적으로 느껴졌다.

그 모든 것이 내 안에 일어나는 일이었다. 

난 그 모든 것이 이 사회 때문에, 폭력적인 가정 때문에, 단순하고 이기적인 사람들 때문이라고 생각해왔다.

내가 아는 어떤 신학자의 말처럼 나는 이 지구라는 행성에 맞지 않다는 생각이 늘 내 안에 가득했다

그러면서 난 아프리카의 아이를 돕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이 나에게 큰 위안이 될 수 없었다.

그것은 그저 또 다른 도피였다.

아직도 난 그 아이에게 편지 쓰지 못했다.

쓸 수가 없었다.

내 말이 겉도는 말이 될 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말이 그 아이에게 상처가 될 것을 알고 있었다.

 

내가 병든 상태에서 타인을 돕는 것.

그것은 이 지구를 건강하게 만들지 못한다.

먼저는 나를 봐야 했다.  

그러나 어디에도 나를 볼 수 있는 거울이 없었고 설혹 본다 해도 그 거울에 비친 상을 해석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심상을 통해, 심상을 공부하면서 난 내 안의 나를 만나기 시작했고 내가 병들어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나의 게으름도, 나의 모든 귀찮음도, 순간 순간 죽어버리기를 소원하는 것도 다 내가 병들어 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아주 절망적인 병이었다.

그러나 고칠 수 없는 것이 아니었다.


어디에서도 근본적으로 고칠 수 없었던 나의 병을 난 심상에서 볼 수 있었다.

나의 병을 볼 수 있는 눈을 뜨면서 내가 치료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심상치료의 이론과 실제라는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심상치료를 받으면서 최범식 박사가 내게 했던 말들이 이해되기 시작하고

내 마음의 구조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나 혼자 프로이트와 라캉을 흥미있게 공부해왔지만 조금도 느껴보지 못한 느낌-그것을 최범식 박사는 역동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을 느낄 수 있었다.

내 마음의 구조가 뭔가 근본적으로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 지각변동은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것을 의미한다.